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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모두 함께 맘 편한 집을 짓고 살아요!
2021/10/20  09:51:12  데일리임팩트

집은 어떤 곳인가. 긴장을 내려놓고, 나를 편히 쉬게 하는 곳, 한껏 게으름 부려도 되는 엄마 품속 아닐까. 삭막한 세상, 잡히지 않는 부동산 가격, 전세대란에 허덕이는 서민. 이마저도 허락되지 않은 이들에게는 꿈같은 말일 수도 있겠다. 고층 아파트는 하염없이 올라가는데 도무지 그곳에는 내 쉴 자리가 없다. 그래도 누구나 한 번쯤 집다운 집, 사람 냄새 나는 정겨운 우리 집을 꿈꾼다.

그 소망을 이뤄주는 사람이 있다. 대한민국 공동체 주택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결국 이 사람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데일리임팩트가 한국주택도시협동조합연합회 기노채(61) 회장을 만나봤다.

일반 사람들이 집을 구하는 방법. 과거에는 무조건 부동산에 들러 매물을 찾았다면 지금은 인터넷,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집을 찾는다. 새 아파트에 들어가고 싶다면 아파트 분양권에 기대를 걸기도 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 집에 들어가는 사람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 공급자에게 전적으로 맡겨진 집의 모습은 낭만도 포근함도 인간미도 없다. 기노채 회장이 하는 일은 집을 지어가는 전 과정에 입주자들을 동참시키고 보다 좋은 환경 속, 꿈에 그리던 집에서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처음부터 공동체주택을 한 건 아닙니다.

"대기업에서 임원 되기 직전에 퇴사했습니다. 계속 있으면 회사에 묶여야 하니까요. 2000년에 작은 건설회사를 창업했는데 굉장히 고생했어요. 바닥에서부터 시작했거든요."

잘 나가던 '대기업 직장인'이던 기 회장은 1984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후 한진건설로 이직했다. 한진건설에서 11년차에 기획부장을 달만큼 승진도 빨랐다. 건축 전공자로, 회사에 다니는 동안 경영학 석사과정을 밟았다. 5년은 현대건설, 2년은 부동산 관련 연구소, 10년은 한진건설 기획실에서 기획이나 재무 등을 담당했다. 건축도 적성에 맞지만 경영이 더 잘 맞는다고 기 회장은 말했다.

"힘들어도 10년 정도 되니까 자리가 좀 잡혔어요. 망하지 않았고, 한 해도 적자 내본 적은 없어요. 조금이라도 늘 이익을 냈습니다. 회사가 자리를 잡아갈만하니까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졌어요. 돈을 더 벌고, 덜 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세상에 태어나 작더라도 의미있는 일을 하겠다고 생각했죠."

기 회장은 의미 있는 일에 다가가기 위해 자신만의 원칙을 고수했다. 은행 융자를 거의 받지 않았고, 미지급금이나 미수금도 없었다. 당연히 공사도 꼼꼼하게 했다. 가장 좋은 마케팅은 가장 좋은 집을 만들면 된다는 마음으로 일에 매진했다.

첫째는 노동자 중심, 둘째는 소비자 중심
건설회사를 경영하면서 구현하고 싶은 것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노동자가 중심이 되는 건설 회사를 만드는 것, 둘째는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집을 만드는 것.

"현대건설엔 수천 명 직원이 있지만, 정식직원에 목수도, 철근공은 없습니다. 기능공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인정받았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회사를 차리면서 미장공을 정식 직원으로 고용했습니다. 지금도 일하고 있어요. 소속감이 있으니 AS를 비롯해 어떤 일이든 꼼꼼하게 처리해 줍니다. 제가 짓는 집이 보수가 적기는 하지만 하자가 전혀 없을 수는 없잖아요. 우리회사 정식 직원이 직접 가서 일하는 것은 일용직 노동자가 일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리고 중요한 게 주택건설시장은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라는 것입니다. 그동안 건설회사입장에서 보면 주택분양시장은 크게 걱정할 게 없는 시장이었어요. 아파트 분양 받을 소비자가 줄 서 있잖아요. 즉 공급자 중심시장에서는 소비자 입장이 반영될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협동조합을 생각했습니다. 협동조합은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 중심인 거 같아서 좋더라고요. 우연한 기회에 협동조합 강의를 듣고 주택에 접목해보기로 했지요. 2010년에는 당시에는 주택협동조합이란 말도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구글을 통해 국제적인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일본은 주택협동조합이 좀 약했고, 유럽, 미국 자료를 훑어봤는데 우리나라에 직접 적용하여 추진하면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공동주택 공부를 위해 월 1회 포럼을 열었다. 건설협동조합 혹은 주택협동조합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지식을 쌓아갔다.

"한 80회쯤 했으니까 굉장히 많이 했죠. 전문가가 모여서 강의하고 처음에는 무료로 진행하다가 5000원 정도 받아 간식도 제공하고 강사료도 드렸습니다. 포럼을 계속 진행하다 보니 서울시에서도 관심을 두고 보더라고요. 일단 포럼을 주최하면서 저 자신이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사회도 보다 보니 내용을 좀 알아야 하잖아요. 꼼꼼하게 듣고, 정리도 하고요."

포럼을 하다 2013년 6월 하우징쿱협동조합, 2019년 4월에는 한국주택도시협동조합연합회를 설립했다. 하우징쿱협동조합의 첫 삽은 은평구에서 떴다.

"은평의 '구름정원 사람들'이 1호입니다. 정말 힘들었어요. 실적도 없는 첫 작업이었으니까요. 일단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만들어 분양하는 기존 주택과는 달랐습니다. 조합원 모으는 데 6개월 정도 걸렸는데 다행히 큰 문제 없이 진행했죠."

공동체 주택의 좋은 점은 집이 지어지는 전 과정에 입주하게 될 집주인들이 참여하는 것이다. 그러면 건축 설계에 관해 의견을 내고 조율할 수 있다. 값도 일반 분양 집보다 저렴하다.

"토지는 조성된 원가로 공급했어요. 건설이익은 토지가격이 포함된 총사업비가 아니라 순수건축비의 5% 정도만 책정했습니다. 건설사업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회사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이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지가 아닌 임야나 전답 등지에 토지에 집 짓는 일은 건축사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위험이 큰 개발사업이기도 합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공동체 주택 '여백'은 기 회장 후배가 소개한 땅을 매입해 검소하게 지었다. 외장재는 저렴하면서 단열성능이 좋은 외단열공법을 사용하였다.
"대기업에 있을 때 개발사업 사업성 검토를 상당히 많이 해봤어요. 특히 사업성 검토하면서 수백억원-수천억원규모의 사업 이런 것에도 익숙했고요. 여백주택의 경우 분양사업을 하면 대충 해도 10억원은 남겠더라고요."

여백 입주자들은 실내평수 25평 기준으로 총 2억 5천만원정도 부담하였다. 나중에 일부대지의 도로 편입으로 세대당 1천만원정도의 도로수용보상금을 받기도 하였다. 인근 빌라 개발업자가 지은 집의 분양가가 4억에 육박함을 감안하면 상당히 경제적인 금액이었다.

"이 지역은 환경이 무척 좋은 곳이라 25평기준으로 3억 5000만원에도 분양이 가능한 지역입니다. 직접 분양사업을 진행한다면 훨씬 많은 이익을 볼 수 있었겠지만 협동조합방식으로 주택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사실 주택협동조합을 통한 개발이익의 사유화보다는 개발이익의 조합원 공유화를 하고 싶었습니다."

공동체 주택 지어보니 기억에 남는 두 집
지금까지 열아홉개의 공동체주택 건설 프로젝트를 완공하였다는 기 회장. 그중 애정이 가는 집을 묻자 서울 도봉구의 은혜공동체주택과 경남 산청군 산청읍 내수리에 조성된 '큰들마당극마을공동체주택'을 꼽았다.

"은혜공동체주택은 여섯 번째 지은 공동체 집이고 또 가장 기억에 남아요. 보람도 있었고요. 저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서 만난 게 아니라 인터넷을 보고 은혜공동체 대표가 찾아왔습니다. 그때 인터넷에서 '공동체 주택'을 검색하였는데 제가 나와서 찾아왔다고 합니다. 당시에 건축설계 다 마친 상태에서 찾아오셨습니다. 그런데 도면을 보니 건물을 교회로 허가받았더라고요. 종교 시설은 세금을 안 내니까 교회로 허가를 받아서 거주하려고 했더라고요. 교회가 종교목적으로 시설을 건축할 경우 취득세 등에 세금혜택이 있어요. 그래서 교회를 지어서 주택으로 쓰겠다는 것인데 주택은 종교시설이 아니고 또한 무단 용도변경이기 때문에 명백한 불법이에요."

설계도도 기 회장의 눈에 엉망이었다. 마치 벌집처럼 보였다고 한다. 그 설계로는 사람이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중이던 건축설계계약을 파기하고 설계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다. 그동안 진행하고 지급했던설계비와 소송비로 많은 돈이 낭비되었다.

"교회 명의였으니 협동조합법인으로 변경해서 세금을 추징해서 냈습니다. 원래대로 돌려놓는 데 큰 비용을 치뤄야 했어요. 한국사회투자를 통해 공사비중 일부인 10억원을 2% 대출금리로 융자하는 사업계획서 작성을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은혜공동체주택이 많은 관심을 받게 된 것은 김현준.김태영 건축가가 조합원의 의견을 잘 반영하여 설계를 굉장히 잘했다는 점입니다. 이점이 은혜공동체가 관심받는 이유 중 하나잖아요. 면적이 작아 다락방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 공동 공간으로 쓰다 보니 자투리 공간이 없을 정도입니다. 은혜공동체도 2차를 준비 중인데 아직 좋은 땅이 안 나오고 있습니다."

은혜공동체주택 다음으로 언급한 산청지역의 큰들마당극마을공동체주택도 기억에 남는 집이다. 경남 지방을 대표하는 마당놀이극단 단원이 모여 사는 이곳은 신규마을조성사업으로 진행하여 공공의 인프라건설 지원을 받았다. 공공의 인프라건설 지원은 지방의 인구유치와 지방경제 활성화 등을 위한 것이다.

"건축 설계하는 단계부터 세부적으로 컨설팅을 했어요. 총사업비작성, 자금조달방안 및 현금흐름 등 사업의 전 과정을 함께 고민했어요. 일단 문화예술공동체니까 자금이 부족하잖아요. 총 30세대규모의 공동체였는데 당시 가진 자금으로 30세대의 건축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건축비를 최대한 줄이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건축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생각해낸 것이 크루즈선박 내부인테리어용으로 이용되는 특수 철판이었다.

"부산에 있는 '스타코'라는 크루즈선박의 인테리어를 하는 회사를 찾아갔어요. 2018년에 공장 실사도 했어요. 크루즈선박 내부 마감은 목재를 사용하지 않고, 습기에 강하고 녹이 나지 않는 인테리어 필름을 부착한 특수 철판을 사용합니다. 인테리어 필름을 부착했기 때문에 도배를 안 해도 됩니다. 그것을 공장에서 정밀하게 제작해서 현장에서 조립한 스틸하우스 구조체에 바로 부착했어요. 외부는 구조체위에 단열성능이 뛰어나고 비용이 저렴한 외단열로 마감하였죠. 새로운 방식으로 하니 15평정도 되는 집 한 채에 약 8,000만원밖에 안들었어요."

"스틸하우스는 일반 목구조주택보다 내구성이 높은 고급주택인데 평당 530만원 정도에 공사를 마칠 수 있었어요. 일반적으로 소형주택을 스틸하우스로 건설하면 평당700만 원정도 줘야 하는데 매우 저렴하게 건축한 것이죠. 스타코에서도 주택사업을 신규사업으로 진출하기 위해 이윤 없이 시범사업을 하였고, 새로운 주택건설 실험을 위해 스틸하우스 구조체를 공급한 스틸라이트 그리고 우리회사가 이윤 거의 포기한 결과입니다. 산청에 지은 집도 은혜공동체를 설계한 건축가가 맡았습니다."

두 공동체는 강한 결집력이 있다는 공통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많다.

"큰들마당극마을공동체가 어느 공동체보다 강한 결속과 연대의식이 있습니다. 문화공동체의 속성상 공동체가 하나의 기업과 같아요. 함께 작품 활동을 하고 공연으로 수익을 내야 하잖아요. 큰들마당극마을공동체는 먹고사는 것까지 공유하기 때문에 굉장히 끈끈하죠. 그런데 리더십은 느슨하면서도 조직적으로 분산돼 있어요. 설립자가 있기는 하지만 권력을 본인에게 집중하지 않고 조직내 한 역할만 맡고, 공식적 대표도 40대가 맡고 있고, 공동체 갈등 같은 것도 공동체적 방식으로 잘 풀어갑니다. 반면 은혜공동체는 대표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하지만 이곳도 상당히 의사결정구조가 상당히 민주적으로구성되고 있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성숙한 공동체 모델이 될 것으로 봅니다."

공동체를 만들어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양보와 이해가 필요하다. 일반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이라면 대부분 공동체 생활을 견디지 못한다. 하지만 비전은 분명히 있다.

"일단 공동체 주택은 현대인의 외로움을 막아줄 수 있는 이웃이 있고, 주거비의 경제성이 있어요. 집을 꼼꼼하게 지으면 난방비가 아주 적게 들거든요. 산청에 지은 주택도 정말 그렇게 지었습니다. 전세대에 친환경적인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였고, 화석연료 사용없이 생산된 전기만을 이용하여 난방을 하는데 한겨울에도 난방비가 10만원이 넘지 않습니다."

시니어공동체보다는 세대 혼합형이 좋다

"사람의 뇌는 12세정도에 언어관련 부위가 완성되고, 18세정도에 대부분의 뇌영역이 완성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18세 이전의 성장기때의 사회적 환경 분위기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지금의 60대는 군사독재 시대에 청소년기를 보냈잖아요. 학교라는 교육현장에서조차 선생님이 학생을 체벌하는 것이 당연시 되었던 암울하고 권위적인 시대에 두뇌라는 하드웨어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개인주의적이고 토론중심적이며 민주적인 서구문화가 몸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노인세대는 어린 시절에 민주적인 환경에서 자라지 못했고 그런 훈련이 되어 있지 않다 보니까 어떤 사안을 가지고 민주적으로 토론하는 것이 쉽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기 회장은 실버 공동체 주택 공급은 당분간 쉽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가장 좋은 모델은 역시나 '세대 혼합'이라고 했다. 세대 차이로 인한 갈등도 있지만 경험상 동일세대 공동체보다 갈등이 크지 않고 또한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 회장은 주장했다.

"제주에서 공동체주택사업을 한 것이 있는데 30대, 40대, 50대, 60대 똑같은 비율로 나누어 조합원을 모았습니다. 그렇게 하니까 한국의 인구분포와 거의 같더라구요. 평균 나이가 42, 43세가 됩니다. 이경우 공동체내 갈등이 확실히 적습니다. 많은 경우 어르신이 양보하고 젊은이들 갈등이 있으면 중재를 합니다. 최근 트렌드나 IT 쪽은 젊은 세대들이 어르신 세대를 도와주기도 하고요. 나이 든 사람의 경험, 인맥 등으로도 도움 줄 수 있는 것들이 있겠죠. 훨씬 나은 것 같아요."

이제 기 회장도 슬슬 은퇴를 생각할 나이다. 자연을 좋아해 강원도나 지리산으로 갈까 생각한다. 그동안 공동체 주택 입주도 고려해봤지만, 3세대가 동거하는 대가족들 때문에 큰 주택이 필요해 그럴 수는 없었다.

기 회장은 현재도 서울 금천구와 양천구 목동 등 지역에서 조합원을 모집하면서, 새로운 주택 문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 공동체주택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이제 몇 년 있으면 은퇴해야죠. 전문 경영인을 세워 사업을 계속할지 접을지 아직은 모르겠어요. 어느 순간에 끝은 있어야겠죠. 그전까지는 제가 해야 할 일은 제대로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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