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주말!! > 전체기사 뉴스검색
주말!!
전체기사
여행&축제
맛집멋집
영화
공연/전시
도서/만화
종교
쇼핑
카라이프
취미
IT/게임
전체기사
[매경데스크] 시장과 거꾸로 가는 금융정책
2021/09/27  00:07:01  매일경제


카카오뱅크에서는 신용점수가 800점대인 사람이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연 3%대 금리에 최대 1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반면 신용점수가 900점이 넘는 고신용자들은 대출한도가 5000만원, 금리는 연 3~5% 선이다. 이 은행에선 신용이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보다 대출한도가 많고 금리는 낮은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정부가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사람들에게 대출을 늘리라고 카뱅을 압박하자 회사가 만들어낸 기묘한 영업방식 때문이다. 신용이 높은 사람은 낮은 이자를, 신용이 낮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무는 것은 금융업에서 상식이다.

하지만 미래 첨단 금융을 지향한다는 카뱅에서 이런 상식은 뒤집어지고 있다. 돈을 빌리는 금융 소비자로서도 황당하긴 마찬가지다. 빌린 돈을 잘 갚을수록 이자가 줄어야 개인들은 신용을 높게 유지할 유인이 생긴다. 신용이 낮은 사람이 대출을 더 많이 받고 이자도 덜 낸다면 이런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급기야 빌린 돈을 일부러 갚지 않아 신용을 떨어뜨리는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도 기승을 부릴 수 있다. 이 지경까지 되면 금융시장이 망가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상식이 작동하지 않는 것은 금융정책도 예외가 아니다. 시중에 풀린 돈의 원천인 한국은행 본원통화는 이번 정부 들어 매년 10% 이상 늘었다. 2020년에는 증가율이 15%로 한층 더 높아졌다. 코로나19로 위축된 경제를 띄우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다. 한은이 돈을 풀면 이 돈은 은행으로 들어가고 은행은 들어온 돈을 대출을 통해 시중에 흘려보낸다. 사람들이 이 돈으로 소비와 투자를 늘리면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된다. 그러던 정부가 8월 들어 갑자기 은행들에 대출 증가율을 5~6% 이내로 줄일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돈 입구는 한껏 열어놓고 출구만 막은 셈이다. 서슬 퍼런 정부의 요구에 각종 변칙적인 방법이 기승을 부린다. 일부 은행은 대출 영업을 중단했고, 다른 은행은 몰려드는 손님을 막기 위해 금리를 대폭 올렸다. 하루아침에 은행에서 대출 길이 막힌 사람들이 2금융권으로 몰려갔다. 그러자 정부는 카드, 저축은행 등 2금융권까지 대출을 막겠다고 나섰다. 정작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대출 사재기'도 기승을 부린다.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 일단 대출받을 수 있을 때 받아놓자는 심리다. 이런 사람들까지 몰리면서 금융권 대출 창구는 북새통이다. 돈을 적재적소에 공급해주는 금융의 기본 기능이 흔들린다. 금융회사는 본업을 포기했고, 대출 실수요자는 대출 길이 막혔다. 가계 부채를 줄이기 위한 정부 정책이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모두가 '루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시장은 수많은 사람들 심리가 복잡하게 어우러진 공간이다. 금융회사와 소비자, 정부 간 신뢰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참여자들의 불안감, 초조함, 탐욕 등도 얽히고설켜 시장을 지배한다. 정책의 성패도 시장 심리를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은 겉으로는 훌륭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는 번번이 실패했다. 부동산 정책이 그랬고 코로나19 초기 마스크 정책도 비슷했다. 정부가 어설픈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시장은 요동쳤고 정작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봤다. 가계 부채 해법은 기본에 충실하면 어쩌면 단순할 수 있다. 가계 빚을 줄이려면 대출을 틀어막기에 앞서 시중의 유동성부터 줄이는 게 순서다. 기준금리를 더 올리고 통화량 공급을 줄이는 게 먼저다. 다음엔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고 실수요자들에게는 필요할 땐 언제든 돈을 빌릴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5%, 6% 같은 구체적인 대출 한도는 정부가 제시하기보다 금융회사와 시장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내년 초 선거를 앞두고 조기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정부의 조급함을 버렸으면 한다.

[노영우 금융부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줄달기 목록을 불러오는 중..

회사소개 회사공고 인재채용 광고안내 이용약관 법적고지 개인정보보호정책 사이트맵 고객센터 맨위로
Copyright ⓒ ㈜팍스넷,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