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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급망 움켜쥐려는 美…바이든式 미국 우선주의 시동
2021/09/24  17:44:34  매일경제

23일(현지시간)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b>삼성전자</b>(<b><a href='http://www.paxnet.co.kr/stock/analysis/main?abbrSymbol=005930' target='_new'><span class='newslink'><U>종목홈</U></span></a></b>), TSMC, 포드 등 반도체·자동차 업체와 영상으로 반도체 공급망 대책 회의를 연 뒤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3일(현지시간) 전 세계 주요 반도체·정보기술(IT)·완성차 기업들에 난감한 과제를 안겼다. 반도체 부품 재고량과 주문·생산·판매 등 민감한 핵심 정보를 묻는 설문지를 보낸 것이다. '45일 내, 11월 초까지 자발적으로 제출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응하지 않으면 강제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미국의 진짜 목표는 기업 정보보다는 "미국에 우선적으로 더 많은 반도체를 공급하라"는 명령이라고 본다. 이 같은 미국의 노골적인 자국 산업 지키기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종목홈)는 물론 현대차(종목홈)그룹 등 한국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백악관에서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지나 러몬도 연방 상무장관이 주재한 영상회의를 통해 이 같은 정보 제출을 참석 기업에 요구했다. 이날 영상회의는 최시영 삼성전자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을 비롯해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뿐 아니라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GM·포드자동차·BMW·TSMC·스텔란티스의 경영진도 참석했다. 진정훈 SK하이닉스 글로벌사업추진담당 사장도 참석 대상이었으나 막판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영상회의 후 "반도체 부족사태 대응을 위해 기업들의 정보를 제공받는 자발적 설문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회의 참석 기업들은 반도체 부품의 재고량과 주문·판매 같은 경영 정보를 묻는 설문에 응답해 45일 내 백악관에 제출해야 한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러몬도 장관은 "자발적 설문에 응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 다른 수단을 검토하겠다"며 국방물자생산법(DPA) 적용을 언급했다.

DPA는 1950년 6·25전쟁 당시 제정된 미국 법률로,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연방 정부에 주요 산업에 대한 직접 통제 권한을 부여한다. 다만 미국 정부가 현지 대기업의 반발을 무릅쓰고 기업들의 정보를 무리하게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 상근부회장은 "미국의 진짜 요구는 현지 IT·가전 기업과 자동차 산업계에 안정적으로 반도체 부품을 댈 수 있도록 삼성전자와 TSMC 등이 공급망을 확충하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미국은 극심한 자동차 공급난을 겪으며 차량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반도체 공급 차질로 완성차 양산에 제동이 걸리자 현지 신차·중고차 값이 뛰는 것이다. 미국 연방 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3% 올랐는데, 신차 가격 상승률은 7.6%로 평균보다 높았다. 특히 신차 공급이 늦어지자 중고차라도 사려는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중고차와 트럭 등 상용차 가격은 1년 전보다 무려 31.9%나 급등했다.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 GM은 반도체 공급난 탓에 최근 인디애나주 포트웨인, 미주리주 웬츠빌 등 북미 공장 6곳의 생산 라인 가동을 일시에 멈췄다. 포드 역시 최근 몇 개월간 북미 지역 공장 가동을 한 번에 몇 주씩 잇달아 중단시키기도 했다.

반도체 부품을 조립해 미국과 전 세계 완성차 공장으로 실어 나르는 동남아시아에서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공급 차질이 심화하고 있다. 동남아는 독일 인피니온과 네덜란드 NXP,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세계 주요 차량용 반도체 업체의 조립 공장이 밀집해 있다. 자동차 1대를 만드는 데 수십 개 반도체 칩이 필요한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들 반도체 공장이 자주 멈춰서자 차량 생산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내년 말까지 반도체 공급난으로 세계 자동차 업계는 총 4500억달러(약 528조원)의 매출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됐다. 시장조사기관 앨릭스파트너스는 올해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세계 자동차 생산량 감소 추정치를 770만대로 내다봤다.

완성차뿐 아니라 스마트폰·가전 업계 상황도 위태롭다. 앞서 지난 2월 중순부터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이 약 한 달 반 멈춰서며 2분기 전 세계 5세대(5G) 이동통신 기반 스마트폰 공급이 최대 30% 줄었을 것으로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가 전망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속내가 미국 IT·자동차 산업과 소비자 보호인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는 고민이 커졌다. 삼성전자는 당장 텍사스주 오스틴과 테일러 중 한 곳에 170억달러 규모 파운드리 공장 증설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수요를 감안해 유연하게 투자 계획을 세워야 하지만 미국의 압력이 갈수록 거세지는 게 문제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텍사스에 이어 추가로 현지 공장을 지으라고 압박할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미 인텔은 235억달러를 들여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 공장 두 곳을 짓기로 했다. TSMC도 총 360억달러를 투자해 애리조나주 등지에 파운드리 신공장 6곳을 짓는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현재 미국에 공장을 두고 있지 않으나 앞서 10억달러 규모의 실리콘밸리 연구개발(R&D) 센터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 역시 향후 미국 공장 투자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업계는 전망한다.

한국 자동차 업계도 비상등이 켜졌다. 인피니온 같은 업체에서 반도체를 주로 공급받는 현대차와 기아(종목홈)는 안 그래도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차는 이달 들어 지난 9~10일과 15~17일 두 차례에 걸쳐 충남 아산공장 생산을 중단했다. 울산4공장 일부 생산 라인도 멈춰선 바 있다. 이로 인해 쏘나타와 그랜저, 팰리세이드 등 현대차 주력 제품 생산이 타격을 받았다. 미국이 자국 기업에 대한 반도체 공급을 우선시하면 한국 자동차 업계의 타격은 더욱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GM 등 자국 기업을 돕겠다고 나선 만큼 차량용 반도체 생산 비중이 낮은 삼성전자보다는 반도체 조달을 놓고 미국 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는 현대차·기아가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차량용 반도체를 휩쓸어 갈 가능성은 현재로선 매우 낮아 보인다"고 전했다.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 서울 = 서진우 기자 /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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