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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데스크] `한한령`이라는 유령
2020/01/20  00:05:13  매일경제

"한한령(한류제한령) 해제요? 중국이 절대 해줄 리 없습니다."유통가에서 수십 년간 잔뼈가 굵은 원로 경영인은 한한령 얘기가 나오자 펄쩍 뛰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한국을 방문해도 상황은 바뀔 게 없다고 강조했다. 겉으로 풀어주는 척만 할 뿐 수틀리면 다시 조일 것이란 얘기다. 한한령 얘기에 산전수전 다 겪은 그의 얼굴에서도 억울함과 두려움, 중국은 물론 우리 정부에 대한 원망까지 묻어났다.

한한령이라는 유령이 4년째 떠돌아다니고 있다. 2016년 미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경북 성주에 배치하면서부터다.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자신들에 대한 위협으로 단정하자 그때부터 중국에서 한류 스타 공연 해약은 물론 한국 제품 불매운동, 한국 여행 금지 등 강력한 경제 보복 조치들이 잇따랐고 이는 한한령으로 불렸다.

한한령은 법적인 근거나 정책적 뿌리가 있는 조치가 아니다. 중국 정부와 공산당, 국민이 '이심전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이어가는 전근대적 규제다. 실체가 없어 더 큰 공포를 가져왔다. 유령처럼 떠돌며 수많은 한국 기업들에 피해를 안겼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유령의 존재를 부인한다. 그러면서도 한국과 이슈가 있을 때마다 한한령을 미끼로 우리를 쥐락펴락했다. 중국 당국자들은 '사드 문제는 일단락됐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경제 보복은 계속하는 식이다. 그러던 중 시 주석이 올해 상반기 사드 배치 이후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증시에서 중국 관련 기업들 주가는 급등했고 실제 많은 기업이 중국 진출 채비를 하고 있다. 서울 명동 상인들은 중국인 여행객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만으로 유령이 사라질 것이라는 설익은 기대는 금물이다. 몇 가지 조건에 충족되지 않는다면 한한령 해제 기대감은 한낱 몽상에 그칠 것이다.

먼저 한한령은 원래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부당한 조치였다는 점을 한중 양국이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국가 안보를 경제 보복으로 환원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한한령 해제는 중국의 시혜가 아니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과정이다. 인과관계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한중 관계가 개선돼서 한한령이 풀리는 것이 아니라 한한령 해제를 전제로 한중 관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중국이 어물쩍 넘어간다고 우리도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갈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다음으로 중국이 한한령의 실체를 인정하고 다시는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명문화해야 한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기본 조항 중 하나가 모든 무역장벽을 관세로 바꿔 투명하게 실시하는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에서 입만 열면 'WTO 자유무역질서'를 부르짖는 중국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이번에 풀어줄 것처럼 했다가 다음에 또 막아버리면 우리 피해는 더 커진다. 우리 정부는 시 주석 방한을 계기로 한한령이라는 중국의 무역장벽을 투명하고 구체적으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관철해야 한다.

아울러 한한령은 한국과 미국이 함께 풀어야 할 이슈다. 사드 배치는 한미 동맹 간에 체결한 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한다. 미국의 동북아 미사일 방어시스템(MD)과도 직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방위비 인상에 대해서는 한국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부당한 경제 보복은 외면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

때마침 미국과 중국 간 2단계 무역 협상이 진행 중이다. 미국이 사드 배치 원인을 제공한 만큼 한국이 겪고 있는 한한령에 따른 피해를 해소하도록 중국에 요구해야 한다. 특히 '자유무역질서'를 내세우면서 자신보다 약한 국가는 언제든 경제 보복으로 짓밟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중국 측 인식이 이번에는 확실히 바뀌길 바란다.

[노영우 유통경제부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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