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주말!! > 전체기사 뉴스검색
주말!!
전체기사
여행&축제
맛집멋집
영화
공연/전시
도서/만화
종교
쇼핑
카라이프
취미
IT/게임
전체기사
"세상을 만나 마음을 전해주고 잘되게 이끄는 일…그게 소설"
2019/09/04  17:22:50  매일경제
해피엔딩은 없었다. 모욕 받아 훼손됐다고 감각하면서도 이형적인 인물은 애써 견딘다. 그저 붙잡지 않으면서 꼼꼼하게 관찰하는 그의 문장을 읽다 보면 어떤 자국이 남고야 만다. 눈물 자국이거나, 멍 자국이거나. 소설집 '오직 한 사람의 차지'(문학동네 펴냄)를 출간한 김금희 소설가(39)를 서울 서교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소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아무래도 '모멸감'이다. 표제작 '오직 한 사람의 차지'에서 '나'는 두 인물에게서 자존의 영역을 침범 당하고, 단편 '체스의 모든 것'에선 누명을 뒤집어 쓰고 억지로 사과한 뒤 자학에 몰입하는 인물의 조용한 체스를 담았다. 소설가의 말처럼, 그들이 온전히 차지할 수 있는 건 "오직 상실(喪失)뿐"이다.

"부끄러움을 주는 방식으로 사회는 개인을 충격하며 다가온다. 누군가에게 굉장한 가치를 갖지만 누구가에겐 별 무가치한 대상이나 조건이 있는데, 그건 늘 상대적 판단이어서 상처만 주고 받는다. 그렇게, 상처가 쌓인다. 상처의 정확한 단어는 모멸감이겠다."김금희가 설계한 인물은 저항하지 않는다. 절절하고 또렷한 표정이 흑백의 문장 너머 총천연색이다.

"현실은 개인을 강한 강도로 누른다. 모멸감을 느꼈다고 즉각 반응하기 어려운 이유다. 절망과 비관을 쓰면서도 현실과의 균형을 잡으며 퇴고했다. 그게 '리얼함' 아닐까. 소설에선 최소한의 행복이, 현실에선 최대치의 행복일 때가 있다. 그게 현실적이라고 믿는다. 해피엔딩은 판타지다."이번 소설을 쓰는 내내, 긴장을 해독하는 과정은 의식(儀式)에 가까웠다. 식물을 엄청나게 사들였단다.

"다육식물에 채송화···. 식물을 서른 개쯤 샀다. '오늘은 쓸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일어나면 흙을 만졌고 냄새를 맡았고 화분을 갈았다. 구매도 소유도 전시도 아닌, 분갈이만이 안도감을 건넸다. 그건 소설을 심는 기분이었을까···. 참,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는데 식물에게 큰 화분이 더 많은 양분을 준다는 건 잘못된 상식이다. 터무니 없이 큰 땅에선 과습(過濕)이 문제가 된다. 약간 좁은 듯한 땅만이 식물의 적당한 우주이니, 식물이 사람 같다."김금희는 20대의 6년을 출판사 편집자로 살았다. 멀쩡히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소설가로 생의 궤도를 튼 건 물러나지 않겠다는 필사의 다짐이었다.

"서른 살엔 소설가가 돼 있으리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출판사를 오가던 어느날, 길에서 꽈당, 넘어졌다. 무릎과 손이 다 까진 채 회사로 걸어가는 길, 정작 소설은 쓰지 않고 있었고, 그때 나는 불현듯 알았다. 뭔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고···. 내게 물었다. '소설을 안 쓰면, 넌 어떻게 되지···.' 사표를 냈고, 썼고, 등단했다. 2009년, 서른 살이었다."등단 후 10년이 지났다. 10년 뒤엔 어떤 소설을 쓰고 있을까.

"그때의 소설도 지금과 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상적인 인물의 특별함을 조명할 때 가장 기쁜데, 10년 뒤엔 수천 명의 인물이 나를 지나갔을 것이다. 과거엔 인물에 나를 투사했지만, 지금은 인물에 내가 투사된다. 그건 내가 세상을 '넓게' 만나는 일이고, 세상에 어떤 마음을 전해주는 일이며, 세상을 조금 잘 되는 방향으로 이끄는 일이기에 기쁘다. 소설은 인생을 내어주는 일이라 항상 어렵지만, 그 일을 잘 수행했다는 만족감이 나를 탁자에 앉게 한다."편집자였기에 가능한 유머가 소설을 흐른다. '이상한 1000명의 독자론(論)'이 대표적이다.

"한 강의에서 들은 얘기다. 세상에는 '이상한' 1000명의 독자가 있다. 양서(良書)를 알아보는 저 이상한 독자들 덕분에 출판사는 잘 안 망한다. 곳곳에 숨어 사는 고독한 독학자들이 있다. 그건 희망이자 낙담인데, 또 낙담이자 희망이다."김복희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 인간'을 최근 읽었다. 권여선과 W.G. 제발트를 사랑한다.

"정신적으로 이미지가 팽창하는 과정이란 느낌으로 김복희 시를 읽었다. 권여선 선배는 인물 안으로 들어가서 '드러내려' 분투하는 과정이 경이롭다. 단편 '약콩이 끓는 동안'의 비릿한 냄새 묘사는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제발트의 '이민자들'은 소설이 해낼 수 있는 사색(思索)의 최대치였다."쓰는 순간, 그는 무엇을 볼까. 김금희가 응시하는 '골방의 풍경'을 물었다.

"창문부터 떠오른다. 창틀과 탁자까지만 빛이 들어오고, 몸체와 뒷편은 무한히 어둡다. 아마 뒤엔 책이 꽂혀 있겠다. 날씨는 3월, 고립되지 않은 주택가···. 나는 창밖 이웃을 보면서 쓴다. 다 쓰고 놀러나갈 거다. 오직 중요한 건, 놀러나가기 '전의' 기분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근데 안 끝나서, 너무 힘이 든다. 그래도 곧 놀러나갈 거다, 반드시···."[김유태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줄달기 목록을 불러오는 중..

회사소개 회사공고 인재채용 광고안내 이용약관 법적고지 개인정보보호정책 사이트맵 고객센터 맨위로
Copyright ⓒ ㈜팍스넷,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