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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대출 안 늘어" 美 "거품 키울라"..금리인하 ‘다른 걱정’
2019/07/22  17:48:02  파이낸셜뉴스
ECB 금리인하 기대 효과에 ‘의문’.. 미국과 달리 빚 내 투자하기 꺼려
줄어든 노후자금 저축 확대 ‘역설’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인하를 예고하고 있지만 벌써부터 그 효과에 대해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럽 기준금리가 5년전부터 마이너스(-) 상태이지만 유럽 기업과 정부는 빚을 내 투자하기보다는 돈을 갚는데 열중하고 있고, 갑작스레 은퇴자금이 줄어든 노년층은 저축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금리를 더 내려봐야 ECB가 기대하는 것처럼 투자와 소비가 늘겠느냐는 회의론이 타당성을 갖는 이유다. 25일(현지시간) ECB가 통화정책 회의에서 시장 예상대로 금리를 더 낮추더라도 통화정책 기조 변경이라는 효과 외에 투자·소비 활성화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이달말 예상되는 ECB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하 효과가 판이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금리인하, 美·유럽 다른 걱정거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금리인하를 앞둔 유럽과 미국 중앙은행의 근심거리가 뚜렷하게 다르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미 연준은 금리인하가 대출을 지나치게 독려하고, 채권과 주식시장 등 자산가치의 거품을 더 키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통상적인 고민거리다. ECB는 다르다. 금리인하가 되레 대출을 억제하고, 가계·기업·정부의 대출상환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미국의 움직임은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대로다. 금리가 충분히 떨어지면 투기꾼들이 돈을 빌려 위험자산을 사들이고, 기업들은 은행이나 주식발행 등으로 돈을 조달해 인수합병(M&A)에 나서거나 자사주를 사들인다. 또 기업가들 일부는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끌어들여 사업확장에도 나선다.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은 그러나 딴판이다. 마이너스 금리상태에서도 돈을 빌리는 이들이 거의 없다. 일부 소수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고, 일부는 만기가 2023년으로 상당히 많이 남았지만 마이너스 수익률로 새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들은 거의 없다. 채권을 발행해 이자를 주지 않아도 되고, 만기가 되면 발행 당시에 거둬들인 돈보다 더 적게 줘도 되는데도 채권발행을 꺼린다.

마이너스 금리가 대출확대를 부르지 못하는 그럴싸한 설명 가운데 하나는 우선 기질과 여건의 차이다. 북유럽은 돈을 빌릴 여건이 충분히 되지만 근검절약하는 습성으로 인해 돈을 안 빌린다. 반면 돈이 있으면 일단 쓰고보는 흥청망청 남유럽은 은행 부실로 돈이 잘 안돌고, 정부 신용도 낮아 북유럽에 비해 국채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북유럽보다 금리가 더 비싼 것이다. 여건도 되고, 빌리려는 의지도 있는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3국이 대출을 늘리고 있지만 남유럽 대출 축소를 상쇄하는 정도에 그친다. ECB이 추가 금리인하가 남북 유럽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반면 중부 3개국 대출만 소폭 자극할 것이란 점을 예고한다.

■노후대비·불투명한 경기전망

금리인하가 악순환을 부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독일 노년층의 경우 마이너스 금리로 노후를 대비해 저축해 둔 돈이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면서 목표한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저축을 확대하는 역설이 빚어지고 있다. 금리가 더 내려가면 저축이 더 늘 수밖에 없는 구조다. 취약한 경제와 불투명한 경기전망도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꺾고, 대출 확대를 억제하는 요인이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 유탄을 맞아 수출수요가 줄어든데다, 심심하면 나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유럽산 자동차 수입관세 얘기가 기업들을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 현재 상황은 어둡고, 미래 전망도 불투명한데 금리만 낮다고 기업들이 무조건 돈을 빌려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과 유럽의 서로 다른 기업문화도 차이다. 미국은 금리가 충분히 낮으면 행동주의 주주들이 나서 기업에 적극적인 투자와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릴 것을 요구하지만 유럽에는 이런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없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주식시장보다는 은행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더 많다. 마이너스 금리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해 점점 부실화하는 은행들로서는 부실을 줄이기 위해 대출문턱을 더 높이게 된다. 통화완화론자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후임으로 정해지면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추가 통화완화에 힘이 붙게 됐지만 기대한 효과를 거둘지는 예단하기 어렵게 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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