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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창업땐 장사꾼 취급받고…실패하면 학교복귀 어렵고
2019/07/19  17:50:08  매일경제
◆ 매경 명예기자 리포트 ◆ "대학도, 정부도 다들 실험실 창업·산학협력이 중요하다고 늘 얘기하죠. 하지만 막상 교수가 창업에 나선다고 하면 속물로 보는 게 현실입니다."수도권 한 대학에서 공과계열 전임교수로 재직 중인 A씨는 수년 전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교수 신분으로 사업을 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기술을 상용화하고 시판하는 과정에서 연구밖에 할 줄 몰랐던 그는 학교 수업을 병행하면서 사업가로서 마케팅이나 판촉, 투자 유치까지 능수능란하게 하는 '슈퍼맨'이 돼야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교수가 창업할 수 있는 여건이 좋지 않을뿐더러, 설령 창업에 실패라도 하면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며 "아무래도 대학 입장에선 재정 지원 사업을 더 많이 따내는 교수를 선호하고, (창업에 실패한 교수에 대해선) 교수 이력에 흠집이 났다고 보고 복귀를 쉽게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 유수 대학이 기술 혁신의 생태계 중심에 자리 잡은 반면 우리나라 대학에선 교수 창업에 대한 갖가지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 교수 창업가를 향해 '강의나 잘하지, 장사꾼이 된 게 아니냐'는 인식이 강한 데다, 대학들은 정부 재정 지원을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서라면 최신 시장 동향과는 거리가 먼 기술과 지식을 쏟아내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창업진흥원)와 교육부(한국연구재단)가 2018년 대학정보공시 대상 학교 418곳(전문대학 포함)을 대상으로 대학 창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17년 기준 교원 창업자 수는 257명으로 전년(215명) 대비 19.5%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교원 창업 기업 수도 195개에서 233개로 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수 창업자의 상당수는 KAIST나 UNIST 등 이공계열 특화대학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선 현장에선 최근 수년 동안 'K-바이오'가 열풍을 이어가면서 교수 창업 역시 바이오산업(의료 분야 포함)에서만 유독 활발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울의 한 의과대학 교수 B씨는 "대학 교수 창업도 부익부 빈익빈"이라며 "요즘 교수 창업을 얘기하면 대부분 바이오 의료 분야일 듯하다. 먼저 투자를 하겠다며 회사를 만들자고 제안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B교수 역시 대학 외부에서 투자 제의를 받아 의료기기 관련 창업을 한 상태다.

반면 우리나라 비의료업계 교수의 창업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산학협력·교수 창업 등 '돈이 되는 연구'보다는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 사업에 맞춰 '돈을 받는 연구'에만 매몰된 대학 분위기에 있다. 현재 정부가 각 대학에 지원하는 R&D 투자금은 주로 논문을 주된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즉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에 실린 논문 수가 많고 논문 피인용도가 높아야 더 많은 연구비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만연해 있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대학이든 교수든 창업이나 산학협력 대신 SCI에 실릴 논문 만들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직면한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 교수 C씨는 "SCI급 논문을 얼마나 많이 냈는지, 또 논문이 얼마나 많이 인용됐는지가 교수 평판과 승진을 좌우한다"며 "교수들이 힘들게 창업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점도 있다"고 전했다. 대학 내 연구·학술 활동의 대부분이 '논문용 연구'를 양산하는 쪽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창업을 준비 중인 한 대학의 이공계열 교수 D씨는 "많은 대학 연구실이 '이 연구가 향후 산업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보다는, 해외 유명 저널에 하나라도 더 실리기 위한 '연구 목적의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 도전의식을 갖고 창업에 나서는 교수들은 녹록지 않은 창업 환경으로 의욕을 잃어버리기 일쑤다. 대학정보 공시 대상 418곳을 조사(2018년 4월 기준)한 결과 교원 창업 휴·겸직 제도를 시행한 학교는 167곳(40%)인 것으로 집계됐다. 창업 휴직은 25%(105곳)에 불과하다. 즉 우리나라 대학의 75%가량은 창업을 위해 휴직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또한 창업 휴직 제도를 시행하는 105개 대학 중 창업 휴직한 교원에 대한 보수 지급 규정을 마련한 학교는 13곳에 그친다. 교원 창업을 업적 평가에 반영하는 학교는 140곳으로, 전년(120곳) 대비 16.7% 증가했지만 여전히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정의붕 한국창업보육협회 회장(호원대 교수)은 "교수 창업을 장려한다는 차원에서 2~3년 정도 기간을 창업 휴직으로 보장하는 한편, 향후 학교에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을 함께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이 밖에도 마케팅 등의 전문 인력을 지원해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리 = 고민서 기자 / 이진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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