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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테마로 한국영화 미래 100년 내다봐요"
2019/06/26  17:23:55  매일경제
그는 이따금 창가를 응시했다. 시선은 바깥에 있는 저 멀리 푸른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육순이 지났음에도 천진한 소년의 눈빛. 신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61) 얘기다.

지난 14일 오후 부천시청 별관에 있는 영화제 사무실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영화사 신씨네 대표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인 그는 지난해 8월 이 영화제 신임 집행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그가 2021년까지 이끌 부천영화제는 태생부터가 미래 지향적이었다. 1997년 8월 조르주 멜리에스의 '달세계 여행'(1902)을 개막작으로 틀며 이 영화제 정체성을 공표한 게 대표적이다. 영화사(史) 최초의 공상과학(SF) 영화로 출발한 시원을 되새기듯, 제23회를 맞은 올해 슬로건도 SF다. 그는 "한국 영화 탄생 100년을 맞아 과거가 아닌 미래 100년을 내다본다는 의미"라며 영화 한 편을 끄집어냈다. '블레이드 러너 2019'(1982)였다.

"제가 SF 장르를 제일 좋아해요. '그래비티'(2013) '인터스텔라'(2014)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처럼요. 그중 '블레이드 러너'는 단연 최고죠. 올해가 마침 이 영화의 배경인 2019년인데, 저희는 한국 영화의 미래 100년이 더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그게 장르 영화 축제인 저희 색과도 부합하고요." 그런 그가 "저기 저 포스터 좀 보라"며 벽면을 곁눈질했다. 건물 한가운데 거대한 은회색 유니콘이 서 있는 포스터였다. "'블레이드 러너'에 나오는 상징물이에요. 그럴듯하죠?(웃음)"27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경기 부천시 일대에서 여는 부천영화제 테마는 '사랑·환상·모험'. SF를 축으로 세 가지 테마가 가지를 뻗친다. 멕시코 에드가 니토의 '기름 도둑'을 개막작으로 총 49개국 288편(장편 170편·단편 118편)의 장르영화가 상영된다. 신 위원장은 "멕시코 알폰소 쿠아론과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등의 뒤를 잇는 신예로 에드가 니토를 주목해달라"며 부연했다.

"'기름 도둑'은 지하 파이프라인에서 석유를 훔치는 소년 이야기예요. 30대 감독 데뷔작치고 상당히 훌륭합니다. 굉장히 리얼리즘적이면서도 곳곳에 기묘한 판타지가 숨어 있죠. 아, 폐막작도 의미가 깊어요. 이번에 부천 영상 지원 프로그램으로 만든 첫 영화거든요. 고명성 감독의 '남산 시인 살인 사건'인데, 한국전쟁 후 명동이 배경입니다. 살인사건에 휘말리는 10여 명 용의자와 수사관 이야기를 다룬 추리극이죠."그는 서울대 미학과를 나와 1978년 김수용 감독 연출부로 영화계에 들어갔다. 김 감독 '도시로 간 처녀'(1981)가 스태프로 뛴 첫 영화다. 처음 한 일이 허구한 날 야단 맞기와 김 감독 의자 나르기였다고 한다. "조감독이었던 정지영 선배(현 부천영화제 조직위원장)를 그때 만났어요. 이번에 집행위원장직에 저를 추천한 것도 정 선배고요. 그간 기획·제작 위주로 일해왔으니 겸손히 임해야죠.(웃음)"한국 기획영화 시대는 그로부터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8년 영화기획사 '신씨네' 설립 이래 처음 기획한 게 강우석 감독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1989)였다. 서울 개봉관에서 5만명만 넘겨도 흥행작이던 시절 무려 16만8000명이 봤다. 이후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1990), '베를린 리포트'(1991)에 이어 대기업 자본과 PPL(Product placement)을 처음 도입해 장르 영화 붐을 일으킨 '결혼 이야기'(1991) 등 숱한 신화를 써내려갔다. 세간에서 그를 충무로 혁명가라 불렀던 이유다. 하지만 그가 못 다 이룬 꿈이 있는데, 그건 바로 실사판 '로버트태권V' 제작이다. 그는 "10여 년간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생각보다 진척이 안 됐다"며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라고 강조했다.

"2008년 금융위기 등 난제가 이어지고 제 오판이 더해져 제작이 지연됐어요. 하지만 전 이게 마블 히어로물처럼 사업 확장 가능성이 무궁하다고 지금도 믿습니다. 이걸 성공시켜 글로벌 프로젝트로 가져가야죠. 우선은 7월 중순쯤에 TV용 3D 애니메이션 '태권V'부터 공개할 겁니다. 7월 26일이 이 친구 생일이잖아요."한국에서 SF는 여전히 난공불락 장르다. 윤제균 감독의 '귀환', 김용화 감독의 '더 문' 등이 제작이 지연되는 것이 한 예다. SF를 올해 영화제 테마로 잡은 그에게 "한국에서 SF 제작이 지지부진한 이유"를 물어봤다. 한 손에 쥔 전자담배를 입에 물던 그가 잠시 창밖을 바라봤다. 약간의 침묵을 뚫고 "우주가 피부로 잘 와닿진 않아서겠죠"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무슨 얘기일까.

"미국인들은 우주를 현실로 받아들여요. 지금도 매일 로켓을 쏘니까요. 플로리다에서도, 휴스턴에서도. 반면 우리는 간접적으로만 받아들이죠. 그래도 한반도 저 너머 우주로 관심을 키워나가야 해요. 한국 영화가 그 매개여야 하고요. 제가 사실 '태권V' 외에도 기획 중인 SF 아이템이 있어요. 시나리오가 곧 완성되는데, 우주 개발에 관한 영화입니다. 아마도 한국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일 테죠. 이게 꼭 완성되어 우리 상상의 지평이 한층 더 넓어지길 소망합니다." 그의 눈빛이 별빛처럼 반짝이는 순간이었다.

[부천 = 김시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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